8월 15일 토요일
어제 2만 5천 보의 영향으로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밤새 누구한테 맞은 줄 알았다. 피부도 따갑고 반바지도 못 입어서, 운동하는 사람처럼 레깅스와 최대한 가벼운 옷을 입었다. 주인아저씨가 친절하게 차려준 조식 먹고, 아침 일찍 버스 타러 나갔다. 원래는 올레길 18을 걸을 예정이었지만, 어제 호되게 당하고 나서 생각을 바꿨다. 오늘은 전복뚝배기로 유명한 곳을 가기로 했다. 버스 타고 무려 1시간이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제주도 의외로 엄청나게 크다. 매일 왕복 3시간을 출퇴근하는 경기도인에게는 1시간 아무렇지 않았지만, 서울 사람이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진전복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515-28)
전복뚝배기 맛집, 아침 오픈 시간에 가세요
사실 어제 해물 뚝배기가 너무 평범했기 때문에 많은 기대는 안 했다. 아침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기 때문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웬 열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전복뚝배기 하나 시키고 너무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음식이 굉장히 빨리 나오는 편인데 너무 맛있었다. 진짜 든든하고 반찬도 바로바로 리필해 주시고, 누룽지 먹는 게 진짜 맛있다. (최고임) 진짜 사람들이 다 극찬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맛있고 다음에 꼭꼭 또 가고 싶다. ㅠㅠ 원래 대추 같은 한약재 느낌 재료들은 잘 안 먹는데, 여기는 밥이랑 먹으면 진짜 술술 넘어간다.
전복뚝배기를 누룽지까지 든든하게 먹고 카페를 향하는 일정이 한 시간 걸리기 때문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발했다. 어제와 달리 밀짚모자도 있고, 팔 토시도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햇빛이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해안 길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밀짚이 계속 날아가는 게 좀 불편했다. 열심히 걷다가 카페 지나칠 뻔했다
카페 록록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1890-2)
김나영 님의 노필터 티브이에서 추천해주는 걸 보고
갔었던 것 같다. 이 주변이 카페가 많아서
어디든 가도 좋을 것 같다 .
카페 록록, 에그타르트는 필수
일단 카페 뷰가 너무 좋았다. 사람도 없고 독특한 분위기가 좋았고, 아쉬웠던 점은 좀만 더 예쁘게 입고 친구랑 갔으면 인생샷 많이 건졌을 것 같았다. ㅠㅠ 너무 아쉬웠어… 가게에서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랑 진리의 아.아를 시켜서 버스가 올 때까지 열심히 쉬었다. 에그타르트 아래 크림의 두께감이 상당해서 진짜 맛이 진하고 부드럽다.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가격이 좀 비쌌던 것 같다.
카페 록록의 선 캐쳐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인 것 같다. 요즘 들어 선캐쳐를 사고 싶어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깜찍하고 귀엽다. 2층에서 바다를 보면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고 어제와 달리 휴양지 온 기분이 이제야 들었다. 갑자기 버스가 온다고 해서 열심히 걸어서 버스를 타고 성산 일출봉으로 갔다.
성산일출봉 누가 오르냐고요? 제가 합니다.
사실 어렸을 때 여행 왔을 때는 죽어도 성산 일출봉 안 오르겠다고 떼쓸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오르겠다고 오다니. 참 인생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더운 날 성산 일출봉을 오르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입장료는 5천 원. 사실 성산 일출봉 오르면 뭐가 좋을까? 했지만 정상에 올라서 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속으로 감탄했다. 도중에 물을 많이 마셔줘야 함으로 올라가기 전 편의점에서 물이나 음료수 필수!
정상에 올라서 사진 찍고 내려와서 돼지 기념품을 샀다. 돌하르방은 너무 무난한 것 같아서 직접 조각한 느낌이 난 돼지를 한 마리 골랐다. 귀여워.
휘닉스 제주 / 유민 미술관
성산 일출봉에서 내려와 추천받은 유민 미술관으로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 아저씨가 서울 아가씨가 이렇게 새까맣게 탔냐고 해서 살짝 민망했다. 휘닉스 제주 안에 있는 유민미술관을 가기 위해 안에서도 조금 더 걸었던 것 같다. 안도 타다오의 작품 유민미술관. 진짜 멋있으니 한 번쯤 꼭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건축하는 사람 또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필수인 것 같다. 안에 전시된 작품들보다 미술관 자체로도 값어치가 있으니 차를 렌트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려보길 추천한다. 너무 멋있음 ㅠㅠㅠ 진짜 감탄사가 절로 나옴…
흑돼지 박스 / 섭지코지 / 공드리 / 책방무사
흑돼지박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5)
휘닉스 제주에서 섭지코지 해변 쪽으로 걸어왔다. 근처 음식점에서 푸드 박스를 사서 근처에 아무 데나 앉아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웨이크보드 타는 모습들 보면서 너무 힐링했다. 음식도 양이 많았고, 이렇게라도 흑돼지 먹는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먹고 진짜 쉬고 있는데, 할머님이 오셔서 말을 걸으셨는데 ‘혼자 와서 이렇게 쓸쓸하게 있는 거 아니냐’는 말에 씨잉,,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할 얘기도 없고 살짝 민망해서, 열심히 또 걸어 버스 타고 기념품을 살 겸, 가수 요조 님이 운영하는 책방도 갈 겸 다시 걸었다. 원래 갈려던 기념품 가게는 문이 닫아서 공사 중이었다. 정말 허망했지만 침착하게 바로 카페를 검색했다.
공드리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657-1)
너무 덥고 좀 쉬어갈 의도로 카페를 찾았는데 웬걸, 맥주를 파네? 이렇게 몸이 뜨거워질 때는 시원한 맥주 한잔해야지! 하는 마음에 맥주 한잔을 시켰다. 아무도 없었는데, 정말 맥주가 너무 맛있었다.
진리의 맥주 한 잔 바로 때려 마셨다.
사실 한 잔 더 하고 싶었는데 텀이 긴 버스가 바로 온대서 너무 짜증 났다.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책방 무사까지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숙소로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가는 데 1시간이나 걸리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담에 차를 빌리면 공드리에서 맥주만 마시고 싶다. 여유롭게 책 읽으며 맥주. 진짜 책맥은 최고인 것 같다
이 날도 많이 안 걷기로 해놓고 2만 6천 보를 걸은 날이었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가 푹 쉬었다. 저녁 생각도 안 들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누워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유튜브 보고 말 그대로 뒹굴었다. 쉬다가 숙소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하나 때려먹고 잤다. 이날도 과자랑 맥주 진짜 마시고 싶었는데 참았다.
내일은 뭐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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