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일요일
게스트하우스에서 열린 북 토크
이틀을 너무 불태웠기 때문에 오늘은 지인들 선물을 사고 좀 쉬면서 돌아다니자는 마음으로 밍기적 일어났다. 물론 조식은 야무지게 먹어야기 때문에 7시에 일어났다. 조식을 먹는데, 주인아저씨가갑자기 책 좋아하냐고 물어보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맞기에, 좋아한다고 했더니 게스트하우스 1층의 서점에서 북 토크 일정을 얘기해주셨다. 오전 10시 30분에 북 토크가 열릴 예정이니 관심 있으면 내려오라고 했다. 사실 북 토크를 처음 듣기도 하고, 작가님을 잘 알지 못해서 고민했지만 딱히 계획도 없어서 듣기로 결정했다.
계획이 짜지 않아도 계획이 밀려온다.
북 토크를 이끌어갈 작가님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인 홍승은 작가님이었다. 책 제목은 몇 번 본 적은 있었는데, 읽지는 않았었던 기억이 난다. 눈치껏 책 내용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인 걸 알았고, 다 같이 모여서 얘기해보기 힘든 주제라 더 흥미로웠다. 여성들 뿐만 아니라 딸을 가진 아버지까지 모여서 페미니즘과 이야기를 나누고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책 내용도 너무 모르고, 페미니즘도 너무 얕게 알고 있는 상태라 좀 민망했다. 마지막에 의도치 않게 울먹인 것도 ㅋㅋㅋㅋㅋㅋㅋ지금 거의 발차기.
작가님이, 너무 친절하시게 '얘기해줘서 고맙다' 이런 말을 해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상처 받았던 그 순간이 위로가 됐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의 비판,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다고 느껴졌다. 원래 공황장애 우울증이 있어,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데 용기를 내서 오는 모습까지, 우연히 들은 북 토크가 굉장히 배울 점 많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작가님의 폴리아모리 관련된 내용은 책을 읽지 않아서인 건가 북 토크를 들으면서도, 아직 이해하기 힘들 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책을 읽고 작가님의 생각을 들어봐야 할 부분인 듯싶다)
북 토크가 끝나고, 다들 사인받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게스트하우스 찬스로 참석한 인원이었기 때문에 호다다닥 도망쳤다.
고기국수 / 제주도 민속자연사 박물관 / 레이지 커피
삼대국수회관 본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2동 1045-12)
게스트하우스에서 버스를 타고, 고기국수로 유명한 삼대국수회관으로 갔다. 사실 맛도 평범한 고기국수 맛이었고 무엇보다 양이 적었다. 내가 많이 먹는 편이고, 면이라서 그런지 양이 더 아쉽게 느껴진 것 같다.
국수를 먹고 바로 앞에 있는 제주 민속자연사 박물관으로 갔다. 사실 어제 유민 미술관을 갔기 때문에, 별 기대는 안 하고 갔다. 일단 에어컨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좋았는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아주머니가 혼자 왔냐고 놀라셔서 민망했다.
제주 민속자연사 박물관에는 다양한 관들이 있는데,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좋았던 것 같다. 의외로 고퀄인 부분들도 있으니 심심하면 가봐도 좋을 것 같다.
레이지 커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일동 516)
제주 민속자연사 박물관을 다 보고, 버스를 타고 레이지 커피로 갔다. 사실 카페를 정해서 갔다기보다는 네이버 지도의 힘을 빌렸다. 카페 - 별점 순 - 이미지를 보고 갔고, 근처 카페들이 다 인스타 감성이라 크기가 작고 테이블 수도 적었다. 두 군데 정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사람이 더 적은 곳으로 갔다.
레이지 커피에서, 아인슈페너 같은 크림 커피를 하나 시키고 디저트도 시켰다. 사실 디저트가 케이크는 아니고, 파인애플이 있는 헤비 한 디저트였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제주도 카페 이지 먹어봐야 했다. 아무래도 와인 안주로 메뉴에 둔 것 같았는데, 커피랑 먹는 내 모습에 놀랐을까? 그건 모르겠다.
카페 안에 책들이 여러 권 있어서, 윌리를 찾아라 같은 거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책 중에 좋았던 것은 요조 님과 임경선 님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요조 님의 글에는 웃게하는 위트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좋아한다. 특히 이 부분은 '아무튼, 떡볶이'를 읽어보면 확 느낄 수 있다. 이 책이후로 요조님의 책에 입덕해, 나에게 요조님의 책은 믿고 사는 요조다. (이러한 이유로 책방 무사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내 체력, 일정이 지금도 아쉽다)
제주 사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일동 1476-18 1층)
책을 읽다가, 버스시간에 맞춰서 나왔다. 제주도에 왔다면, 중문 시장은 꼭 들러야지 하는 생각. 사람들 선물은 제주도 사월에서 많이 샀다. 사람들이 안에서 북적이고, 야시장을 많이 먹는 곳이 아닌 좀 외곽에 있는 느낌이었는데 화장실 가다 발견해서 바로 다 사버렸다. 박스로 사기 부담스러운 초콜릿도 낱개 포장되어있고, 나눠주기 좋은 깔끔한 기념품 사기에 좋은 것 같다. 덤도 많이 주셔서, 오빠 선물인 술도 사고, 근처 스타벅스 가서는 스타벅스 제주 컵을 샀다.
원래 계획은 쇼핑을 마치고, 맥주 한잔 할 계획이었는데, 배터리가 3 퍼 남아서 잠깐 고민했다. 과연 술집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곳이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버스가 온다길래 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이 날도 편의점에서 맥주 사서 과자랑 라면이랑 때려먹고 싶었는데, 숙소에 술 반입이 안된다는 조항이 너무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겨?!!!라는 심보가 들었지만 침대도 배려해주고, 북토크도 해주셨는데 마음의 양심이 너무 찔렸다. 사온 기념품을 정리하니 가방이 터질 것 같았다. 거의 완전군장 같은 크기의 가방을 메고 여행의 마무리 준비를 했다.
8월 17일 월요일
제주는 맑음, 서울은 흐림
제주 -> 김포
2020-08-17(월) 13:35 (진에어)
아침에 좀 더 제주를 즐기려고,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할 것도 없어서 일찍 출발했다. 공항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생각보다 일찍 쇼핑도 마쳤다. 엄마 선물이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결정했다. 공항 안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계속 핸드폰 하면서 1시까지 기다렸다. 많이 지루하긴 했는데, 3일을 여행에서 불태웠더니 가만히 앉아서 유튜브 보는 것도 즐거웠다. 올 때와 다르게 연착 없이 비행기도 제때 출발했고, 이렇게 나 홀로 제주여행 3박 4일이 끝이 났다.
사실 혼자서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했었고,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에 실체 모를 두려움 같은 게 있었다. 해외여행처럼 시각이 넓어진다던지, 인생이 크게 바뀐 건 아니다. 제주도였고,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으니깐. 그런데도 살짝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행성을 안정적이게 돌던 로켓의 괘도가 살짝 변한 느낌. 혼자 하는 일에 망설임이 아예 없어졌다. 원래 혼자서 밥 먹고 다니는 걸 좋아했지만, 새로운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혼자서 베이킹? 혼자서 라틴공계? 이런 것들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귀찮음을 핑계로 댔지만 사실 두려운 거였다.)
여행을 끝나고 혼자서 슈피팅 서비스도 받고, 일을 결정할 때 두려움이 없어졌다. 여행 기간 동안 아예 일과 분리하면서 일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여행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걸 느꼈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 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고, 내 선택을 오롯이 내가 감당한다는 게 좋았다.
코로나 19가 좀 잠잠해지고 혼자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앞으로는 망설이지 않고 가방을 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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