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책 표지도 너무 귀엽다.
표지 TMI
(표지 그림은 정수진 작가 님의 그림으로, 형상이 가진 이중적 의미에 대해 탐구한 작품 중 하나로서
겉으로는 만화적으로 표현된 형상이지만 형상에 내제된 색형구조는 순수 추상에 대한 논리 구조를 가지는 그림이다.)
책 '피프티 피플'을 아시나요?
정세랑 작가의 책을 알게 된 것은 책 ‘피프티 피플’ 덕분이었다. 유튜버 허챠밍 님의 영상에서 추천해준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기억하고 있었다. 까먹지 않았던 이유는, 국내 소설 코너에 가면 항상 볼 수 있었다. 나를 잊지 말라는 것처럼 따라온 ‘피프티 피플’은 사놓은 지 꽤 시간이 지난 후 읽었었다.
각 캐릭터의 개성이 뛰어나며, 이야기의 연계성이 뛰어난 책
책을 읽지 않고 미뤄두었던 시간이 후회될 정도로 책이 너무 재밌었다. ‘피프티 피플’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50명의 가까운 사람 (51명이라는 사실)들의 캐릭터 개성과 스토리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계성까지 탄탄해, ‘이 사람이 그사람이네’라고 깨닫게 되는 재미가 상당하다. ‘피프티 피플’을 읽은 후에 정세랑 작가님은 나에게 큰 이야기를 간단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작가라는 이미지였다.
그 이후로, ‘보건 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등의 책들을 읽었다. 작가님의 책은 놓치지 않는 전체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매우 평범한 일상에 판타지적 상상력을 더해 낯설게 만든다.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에서, 연인이 외계인이 되는 것처럼, 독자들과 같은 평범한 삶에 어? 하는 재미를 더한다. 책 ‘보건 교사 안은영’은 이상한 걸 보는 보건 교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각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책이다. 학생이라면 한 번쯤 도움을 받았을 보건교사라는 보통의 직업에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학교에서 한 명쯤 있을 법한 캐릭터에 평범한 이야기였다가, 평범하지 않은 내용을 보여준다.
사랑해, 젤리피쉬
나의 친구 젤리피쉬를 떠올리게 한 에피소드
(젤리피쉬 같으면서 같지 않는 너,,,
네꺼있는 네꺼 아닌너...)
책 전제적으로 너무 재밌게 읽었지만, 그중 제일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사랑해, 젤리피쉬였다. 이야기가 재밌기도 했지만, 마음에 남았던 이유는 젤리피쉬의 이름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정보가 너무 드러날까 봐 말하지는 않겠다. 10년의 우정을 뒤로하고 멀어진 나의 친구. 읽으면서, 계속 그 친구가 떠올랐다. 슬프고 그립지만, 한편으로는 자꾸 이질적인 느낌을 만들게했다. 그 친구는 전혀 해파리 같은 친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해파리 타투를 하고 싶어 했지만…) 책 속의 젤리피쉬 같은 친구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련한 친구를 계속 떠올렸기 때문에 인상 깊은 에피소드다. 이름 때문에 더 읽어보다가 책을 사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오리 선생 한아름
평범한 교생, 오리 선생 되다.
(꼬ㅒㄱ꼬ㅒㄱ,,,)
두 번째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오리 선생 한아름이었다. 아무도 특별히 여기지 않는 평범한 선생님이 오리 선생님으로 불리면서 캐릭터를 얻게 되는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나의 고등학생 동창들이 교생이 되었다는 얘기가 계속 떠올랐다. 우리가 수업을 들었던 고등학교에서 수업하는 교생이 돼버린 너는, 어떤 선생님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 너는 한아름 같은 선생님일지 안은영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선생님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또한, 보건 교사가 오리와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재밌었다. 오리 짝짓기를 위해 데려온 수컷 오리가 잘 맞지 않자, 오리의 기운이 너무 세다는 말을 한다.
오리 사육장을 탈출하고, 산을 넘는 오리라면 아무래도 약한 기는 아닐 테였다. 고양이에게 공격을 받은 후에는, 이런 말을 한다.
“봉항 기운 오리라 괜찮을 줄 알았더니, 호랑이 기운 고양이를 잊고 있었네….”
동물들에 기운을 표현한 것도 재밌는데, 오리 - 봉황(같은 조류) ,고양이 - 호랑이 (같은 고양잇과)를 연결한 표현이 너무 재밌었다.
전학생 옴
내가 생각하는 그 옴?
(네, 맞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전학생 옴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처음 제목을 읽으면, 낯선 단어 ‘옴’에 의문이 생기지만 곧 친절한 설명이 바로 나온다.
“잠깐, 그거 재수 옴 붙었다 할 때 그 옴인가?”
옴을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게 풀 수 있다니, 이런 옴을 잡는 옴잡이가 학생으로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스토리이다. 옴잡이는 부모 없이 그냥 태어나서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곤 한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은영이 옴잡이 학생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옴을 먹어서 없애는 옴잡이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회사까지 이 에피소드는 옴에서 시작한 상상력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넷플릭스 영화화 '보건 교사 안은영'
이 책이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안은영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가 바로 정유미 님이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을 봐도 너무 잘 어울리고 엉뚱하면서 다정한 이상한 선생님 안은영을 잘 표현할 것 같았다.
사실 넷플릭스의 영화를 기다리면서 책 리뷰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사람들이 영화로 실망한다면 그 전에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포스터에서 느껴지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조잡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은영이 보는 기이 상한 것들을 좀 더 다양하고, 몽실몽실한 것들로 상상했기 때문에 더 재밌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책 ‘ 보건교 사 안은영’을 먼저 읽고, 자신만의 죽은 것들, 젤리들을 만든 뒤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www.youtube.com/watch?v=wdKX_rhiAEU
먼저 책을 본 사람의 특권으로서 9월 25일에 개봉할 ‘보건 교사 안은영’의 예고편과 포스터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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