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님을 아세요?
나에게는 독서의 재미를 다시 찾아준 친구가 있다. 독서는 읽는 행위 자체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게 또다른 재미란 걸 알게 해 준 친구이다. 이 친구와 약속을 잡으면 오늘은 어떤 서점을 가게 될지 기대 아닌 기대를 하게된다. 이 이야기를 왜 하나면,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추천해 준 것이 이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구독 서비스라던지, 책의 존재도 몰랐다. 이 책이 어떻게 대박 났는지부터 시작해서, 추천해준 친구의 친구가 생각나서 잠깐 읽어봤는데 재밌다고 했다. 그때는 다른 책들을 사야 했기에, 순번 표를 부여하고 혼자 서점을 찾았을 때 눈에 들어온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어보았다.
그때의 이야기를 듣고 봐서 그런지 정말 나를 쉽게 사로잡았다. 사실 나의 흥미를 끌어내기는 참 쉽다. 아주 쉽게는 똥 얘기부터 성생활 얘기만 해도 바로 즐겁다. ‘복희’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책을 사게 하는 시작점이 되었다.
“동공에서 코 끝부터의 길이가 남자의 풀 xx 사이즈래 …”
이것만 읽어도, 책 속에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메일 구독 서비스
재밌는 에피소드는 뒤에서 더 풀기로 하고, 메일 구독 서비스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매일매일 글을 보내 준다는 건, 작가님의 말을 빌려 집필 노동자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사소한 창작도 힘들다. (글을 쓰는 것 이외에도) 그런데, 매일매일이라니 책에는 담겨있지 않지만, 작가님의 사투가 느껴진다.
병원에 입원을 했음에도 연재를 위해 글을 쓰는 작가님의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그 서비스를 즐기는 나는 그저 재밌기만 하다. 수필집을 읽고 구독 서비스에도 흥미가 생겨, 올해 봄호부터 초 여름호를 거쳐 한여름 호까지 구독하고 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의 글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별도의 장치가 필요한 것도 아니며 메일에서 보면 되니 아침마다 출근길에 보면 딱 좋다. 일간 이슬아의 엄청난 팬들은 밤 12시 매일 밤을 기다려 본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까지 즐길 수 있어 정말 소재가 다양하고 흥미롭다.
구독 서비스가 다양하게 많으니, 일간 이슬아 이외에도 다른 것들을 추천해본다. 아래 리스트들은 유튜버 ‘디에디트’의 최근 영상을 많이 참고하였고, 나도 구독 중인 서비스이다. 거의 무료 서비스이니 읽을거리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www.youtube.com/watch?v=InOE7UGTShs
1 하루 한편, 재밌는 이야기 - 일간 이슬아
:인스타에서 구독 폼과 때가 올라오니, 관심 있다면 타이밍을 놓치지 말 것
2 통장 텅장만들기 쉽다, 까탈로그
:요즘 유행하는 힙한 물건, 장소 리뷰가 올라오니 까탈스럽게 고른 이야기를 즐겨보길
3 배고플 때 보지 말 것, 빵슐랭가이드
:빵순이들은 절대 금지, 바로 먹어보고 싶은 빵이 한가득!
재미랑 감동을 둘 다 잡은, 이야기들
책 안에 실려있는 에피소드에 관해서 얘기해보자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야한 얘기도 많지만 감동받은 이야기도 많았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읽은 지 시간이 흘러, 정확한 부분들을 찾기 힘들었다. 기억에 의존해서 쓸 수밖에는 없지만, 내가 눈물이 나오는 트리거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눈물 포인트는 나이 든 남성에게 있다.
작가가 할아버지분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글을 써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슬펐다. 그가 작가를 위해 피아노를 산다든지, 산행을 하러 가고 밥을 사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물구나무서기를 해야 한다는 이상한 지점에도) 아빠가 할아버지가 된 모습을 상상해서 그런 건지, 쓸데없이 과하게 이입이 됐다
또한, 이슬아 작가님의 아버지인 ‘웅이’가 산업 잠수사로 일한 이야기는 정말 슬프다. 깊은 물 속에서 일하는 산업 잠수사의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깊은 물 속의 차가운 온도, 어두움에서 느껴지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폐의 손상을 막기 위해 올라올 때도 천천히 올라와야 하며, 얇은 호스에 의지해서 산소를 마시는 과정이 상상만 해도 무겁다.
‘웅이’가 일을 하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와 일을 그만두고 새까맣게 변한 얼굴로 돌아왔을 때 그때, 가족들이 느꼈을 감정을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커 ‘웅이’는 잠수사를 구했던 세월호 사건에서도 나서지 못했다. 나는 바다를 볼 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 온도의 차가움과 무거움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앞에서 얘기했던 인터뷰들도 또 다른 재미 중 하나이다. 지난번에는, 그룹 새 소년의 황소윤 님이 인터뷰를 했었다. 같이 대안학교를 다녔지만 둘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장기하 님과 한 인터뷰 내용도 굉장히 흥미롭다. 내가 알던 그 싸구려 커피의 장기하 님이 맞는 건가?
아무튼, 대중에게 익숙한 사람들 이외에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도 감동을 준다. 특히, 수술방과 병원을 청소하는 분과 인터뷰를 했었는데 (성함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ㅠㅠ ), 강도 높은 일과 직업의식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보면서 감동하였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뿐만 아니라, 같이 오는 사진을 보는 것도 재미 중에 하나니, 구독을 안 할 수 없다.
오랜만에 책을 다시 보면서, 꽤나 오래되었음을 느꼈다. 2018년의 기록들이었다니, 새삼 시간이 빠름을 느낀다. 요즘 이슬아 작가님이 방송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구독하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영상들을 한 번 보길 바란다. 그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www.youtube.com/watch?v=rqVFXgCxbp8
한 호가 종료되면 하나의 파일로 묶어 pdf 파일로 보내준다. 한편으로는 이것도 1만 원 치고는 과한 구성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너무 좋다) 나중에 출판되면 어차피 책을 살껀데, 이렇게라도 나중에 볼 수 있게 만들어주다니 사소한 부분도 감동이다. 이슬아 님의 구독 서비스를 한 이후에 앞에서도 추천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경기도인의 출근길은 가볍게 1시간은 넘기기 때문에, 심심한 아침을 채워 넣을 수 있다. 아침에 매일 배달오는 신문처럼, 메일에 찾아오는 일간 이슬아가 있다. 하루의 한편 선물 같은 이야기를 받고 싶다면, 한 번 구독해보길 바란다. 1만 원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구독하지 않은자 구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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